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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여행

선운사와 선운산

- 2023년 2월 16일.

선운사 공영 주차장 -> 삼인리 송학 -> 선운사 -> 도솔제 쉼터 -> 진흥골 -> 도솔암 / 도솔암 마애불 ->용문굴 -> 낙조대 ->도솔암(약 9km. 2시간 30분) 

선운산에 가면 송차식의 노래가 항상 생각난다.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와 선운산은 동배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여름 끝 무렵 가을초에 피는 꽃무릎(상사화)도 유명하다. 100대 산에 이름을 올리기엔 민망한 높이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선운산이 왜 100대 산인지 충분이 공감이 가기도 한다.  

 선운사에 정말 자주 온 것 같은데, 동백꽃을 본 기억이 없다. 2월 중순 선운산 등산을 겸하여 찾은 선운사 동백나무에 꽃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 내장산을 등산하고 변산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내소사를 방문하고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하였을때 아침 8시30분즘이었다. 주차를 하고 나니 식당앞에 서있는 주인 할머니가 눈에 보여 들어갔다. 3번정도 방문한 집인데 항상 주인 할머니는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선운산에서 나물캔 이야기, 멧돼지 만난 이야기, 옆 집이 편의점으로 바꾼다고 아침부터 공사해서 짜증난다는 이야기에 맞짱구를 쳐주면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였다. 선운산에 오면 항상 먼저 보게되는 것은 오래된 '송악'이다. 사실 선운사 입구 이외의 곳에서 이 나무를 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 이 '송악'은 더 신비롭데 보이기도 한다. 

송악을 보고 난후 오른쪽 편으로 올라가면 농산물이나 나물 등을 파는 가게들 앞을 지날수 있다. 지난번에 왔을때에는 무과화과를 맛있게 사먹은 기억이 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호객행위 없이 조용히 선운사로 향할수 있었다.  호객 행위에 신경이 쓰이면 가는 방향의 오른편의 생태연못이 있는 길로 걸어도 괜찮다. 

 

이거 웬일! 2023 고창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입장료가 무료였다.  웬지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값은 아낀것 같아서 나오는 길에 차한잔 하기로 하였다. 

 

 

일주문을 지나 선운사 입구에 부도밭이 있다. 추사의 글씨를 볼 수 있는 백파선사비가 있다. 이번엔 답사보다 산행이 우선이라 멀리서 바라보며 지나갔다. 

선운사의 돌담. 개인적으로 이런 돌담을 보면 눈이 간다. 돌담 앞에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고향 산청의 단계마을과 남사 마을의 돌담길이 특이 예쁘다. 집을 짓는 다면 담이 없는 집을 짓고 싶지만 한쪽에 돌담은 만들고 싶다. 

길을 가다 보니 흑바닥에 비를 맞아 바닥에 달라 붙은 낙옆이 지나가는 차에 눌려 마치 화석처럼 붙어 있는 모습이 예쁘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정말로 화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는 길에 다람쥐도 많이 만났다. 잎에 볼록하이 도토리를 먹은 모습이 귀엽다. 다람쥐를 보자 봄이 온듯 했다. 

도솔암을 향하는 길은 임도를 따라서 넓은 길을 가는 방법과 반대편의 숲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쪽을 가도 좋다.  좀 빠른 걸음으로 다녀올 생각이면 넓은 임도길을 이용하고 걷기를 즐기고 싶으면 개울가 건너의 숲길을 이용하면 된다. 

도솔암 가는길에 진흥굴을 만날수 있다. 진흥왕이 은퇴하고 이곳에 와서 수행을 하였다는 곳인데 사실 이런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긴하다. 삼국통일도 되기전에 나제동맹을 깨버린 당사자가 백제의 땅에서 말년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역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은 시대이다 보니, 백제인이 신라에 신라인에 백제에서 머무르는 것은 당시에는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나라의 왕이 그렇게 했다는 것이 이치에 맞치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저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이 굴은 뭔가 사연이 많아 보이긴 하다. 진흥왕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수행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이 굴은 특히 안에서 밖을 보고 찍은 사진이 멋지게 나온다. 그리고 진흥굴 바로 앞에는 장사송이 있는데 이 소나무도 멋있다. 

진흥굴을 지나면 바로 도솔암을 만날수 있다. 도솔암은 올때 마다 웬지 규모가 커지는 느낌이다. 도솔암 마애불상은 전형적인 고려시대 마애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가운데 사각형은 아마도 복장 유물을 형상화한 것이겠지만 이 곳의 동학 농민 운동의 역사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특히 전봉준이 여기 가슴의 문을 열고 비기를 보았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조선후기 도참 비기 사상이 유행할때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으 추측되는데, 당시 고달픈 민중의 소망이 이 전설과 함께 하는 것 같다.

이날 우리가 부처님을 뵙는 첫번째 참배객이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마애불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여기를 관리하시는 보살님이신지 "먹을 복이 있는 분들이시네요!"하시면서 잘익고 큼직한 딸기를 나누어 주었다. 아마도 아침 대용으로 이것을 가지고 올라오셨을테인데, 우리에게 나눠주는 것 같았다. 하나먹으니 정말 최근에 먹은 딸기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만큼 상큼한 향과 적당한 당도가 상괘한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너무 맛있다고 하자 가져온 것 다 먹으도 된다며서 더 주셨다. 염치불구하고 몇개 더 집어 먹었는데, 아내가 충분히 먹었다고 인사하면서 나를 끌어 당기는 바람에 더 먹진 못하였다. 인심 좋은 보살님 이른 아침 보시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보시를 하셨으니 복이 있을 것이다. 

도솔암을 뒤로 하고부터는 진짜 산행하는 느낌이 나는 약간의 오르막이 나타난다. 용문굴까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약간의 적당한 오르막이다. 용문굴에 도착하면 대장금 드라마 촬영지는 소개 푯말이 있다. 그리고 조그만 더 올라 능선을 따라서 낙조대를 향하였다. 선운사에는 자주 방문했고, 도솔암까지도 자주 왔지만 낙조대는 처음이었다. 대학 시절 낙조대에서 바라본 해질녁 서해안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씀해주시던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와보고 싶었지만 이제야 오게 되었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선암산은 불과 해발 300여미터의 낮은 해발고도에도 불구하고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지 금방 알수 있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서해와 천마봉에서 바라본 선암산의 전경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였다. 천마봉에 있는 데크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니 청룡산과 국기봉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싶은 생각이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제 이미 내장산을 오른 다음날이라 무리하지 않고 다시 도솔암쪽으로 내려왔다. 산행을 시작한지 거의 3년정도 되면서 내 젊은 날의 추억들의 장소가 다시 아내와의 추억으로 교체되고 있는듯 하다. 내려와서 선암사 경내와 언제 필지 모르는 동백나무들을 보고 난후 입구에 새로 생긴 찻집에서 음료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영미의 시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혹은 정호승의 시 '부치치 않는 편지'에서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기는 어려워라! 


싯구들이 생각났다.

아무튼 난 지금 아내와 함께 등산 다니는 지금 인생의 꽃이 피었고, 아름답기도하고, 잠깐 사이에 지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