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부처님 오신날. 송광사에 가고 싶었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에 의하여 수선사 결사가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조계종이 사실상 탄생한 곳이기에 부처님 오신날 찾는 다면 뭔가 평범하지 않은 추억을 만들수 있을 것 같았다. 틀림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새벽에 아내를 깨워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아침 8시경에 도착한 송광사는 나의 생각과 달리 주차장에 자리가 텅비어 있을 만큼 한가했다. 송광사를 지나면서 아내가 시주도 하고 삼배의 예를 올렸지만 행사의 준비로 분주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직 일반 참배객들은 별로 눈에 보이 지 않았다. 텅튀기를 공양하고 있는 트럭 앞에서 튀밥을 한 주머니 퍼 담고, 혹시 떡이나 작은 김밥이라도 나눠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떡을 정리하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 생수과 떡한 얻으려던 아내가 오히려 무안을 당했다. 큰 절이라서 그런 것인가? 부처님 오신날의 여유로운 나눔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불교 신자인 아내가 화를 낼 만큼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송광사의 멋진 돌다리와 풍경을 감상하고 바쁘게 다리를 움직여 천자암을 향하였다.


송광사에서 얻은 튀밥. 심심풀이로 먹기에 딱이었다.
송광사에서 천자암 가는 길은 평소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등산로가 아닌지 사람 만나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우리처럼 송광사로다시 복귀하는 코스가 아니라 선암사로 가려는 코스를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2녀전에 선암사에서 장군봉과 보리밥집, 그리고 굴목재를 넘어 원점 회귀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송광사로 회귀하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물론 선암사로 가게 되면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올 번거로움이 가장 큰 문제였기때문이다.
송광사 => 송광사 토다리 갈림길 => 천자암 => 천자암 봉 => 운구재 => 보리밥집 => 원점회귀 의 코스로 움직였다.




천자암으로 찾은 이유는 이 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쌍향수 곱향나무. 천연기념물. 800년. 보조국사의 지팡이가 자란 나무라는 전설도 있지만 절로 숭고한 마음이 자라나는 나무였고, 지금까지 본 노거수 중 최고라고 할만했다. 천자암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지나가는 모든사람들에게 떡과 생수를 나눠주셨고, 창원에서 오신 보살님이 몇개 더 챙겨주셔서 송광사에서 느꼇던 불편함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다시 40여분을 걸어서 드디어 보리밥집에 도착. 아직 본격적인 점심 시간 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내와 나무 그늘이 있는 넓은 평상에 앉아서 보리밥을 먹었다. 기본적으로 아래위 보리밥집의 시스템과 맛은 비슷하다. 우열을 가릴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이번에는 윗집에서 먹었는데, 아래집이나 윗집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건물 구조와 형태도 유사하다.
석탄일에는 항상 사찰이 있는 산을 찾아서 불공도 드리고 등산도 같이 하곤 하였다. 송광사는 우리 나라의 명찰이지만 우리같은 범인이 부처님 오신날을 보내기엔 너무 번잡하고 천자암에서의 시간이 훨씬 평화롭고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천자암의 곱향 나무는 인생 최고의 나무로 남겨 두게 되었다.
추신 : 기억 속의 멋진 나무들 - 뱀사골 천년송, 화엄사 홍매화(꽃이 피면), 진안 마이산 청실배나무(꽃이 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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