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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여행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 - 스페인 그라나다 방문

중학교 시절, 새벽이 가까운 늦은밤 잠을 청하기 위해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경음악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아람브라의 궁전 기타 연주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 그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의 배경된 이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그시절 사진으로 본적도 없고 대충 스페인 남부의 어느곳 정도로 알고 상상으로 그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보기도 했었다.

 

드디어 아함브라 궁전에 왔다. (2024년 1월 2일) 

아바스왕조를 피하여 이베리아반도에 건설된 후우마이야 왕조(756~1031)는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이슬람,비잔틴, 그리스 문화가 어우러진 수준 높은 문화를 이룩하여 발전하였다. 사실 이정도 기간이면 이미 토착화 된 것으로 봐야 하겠지만 스페인이 이사벨라 여왕 시절 그라나다 왕국을 통합하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이 사라지게 되었다. 아라곤의 페르난도와 결혼을 통하여 스페인 왕국을 탄생시키고 온세상을 완벽한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그라나다를 정복하면서 그라나다의 항복 덕분에 이 아람브라 궁전이 파괴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끔 역사속에서 대의와 명예를 내세우면서 끝까지 저항히기 보다는 아름다운 항복이 필요하다. 

야간투어에 참여하여 그라나다 시내에서 타파스를 먹고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아람브라의 야경을 조망하였다.  그나라다의 시내는 생각보다 번잡했고 연말과 년초의 연휴를 맞이한 인파들로 북적였다.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가다보니 여기가 어디이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역시 여행은 '자유여행'이어야 한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여기 저기 끌려다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이드가 계속해서 이것 저것 이야기해주는 정보들은 패키지 여행이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도움이 되긴하였다. 문제는 지금 그때 그 멘트들은 기억에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번잡한 거리와 오래된 좁은골목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풍경이 머리속에 남아 있는 뿐이다. 자유여행이었다면 여기 저기 기웃기웃하면서 한가롭에 걸을수 있을텐데...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아쉽긴했다. 타파스 체험을 한후 니콜라스 전망대로 향하였다. 니콜라스 전망대로 가는 길은 좁은 길을 따라 작은 조명들이 예쁘게 켜져 있었지만 중세의 그런 골목길 느낌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나이든 분이라면 꽤 힘들수도 있는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 니콜라스 전망대에 도착하니 화려한 조명으로 아름다운 알람브라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자리 다툼속에서 나도 몇장의 사진을 남겼지만 야간 사신은 휴대폰의 야광모드로 설정해도 자동 설정으로 찍어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날 일찍 아침을 먹고 알람브라를 방문하였다.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드디어 알람브라에 입성한다는 생각에 몹시 설레었다. 

이른 아침 아람브라 매표소 입구

 

처음버스에서 내린곳은 매표소 입구였지만 표를 받고 난후에서 이동하여 입장한 곳은 카롤로스 궁전 방향이었다.  이동하면서 서유럽이나 동유럽에서 본 성채와는 확실히 다른 붉은 벽면을 보면서 이곳이 이슬람 문화의 유산임을 깊이 각인하게 된다. 

알카사바와 카를로스 궁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성벽 안쪽의 길을 따라서 나온것 같다. '알람브라'의 의미가 이슬람어로 '붉은빛'이라고 하는데 이름의 의미는 직관적으로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카롤로스 궁전으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섰다. 알함브라라고 적힌 이 작은 푯말이 가슴을 띄게 하였다. 

 입장하니 웅장한 대포가 성밖의 어떤 적을 향하여 있다. 스페인 여행 내내 좋았던 날씨가 이날도 만족 스러웠다. 

알카사바 요새로 향하였다. 

알카사바 요새로 향하는 길에 멋진 그라나다 옛지역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다. 반대편의 언덕이 전날 잠 아람브라의 야경을 보았던 니콜라스 전망대이다.

 

현빈이 나오던 드라마에서 현빈이 이 통로를 통하여 지하의 어딘가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찍어 보았다.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 제목에 기대를 가지고 보았지만 처음에 조금 보다가 스토리가 점점 이상해 져서 보기를 멈추었던 드라마였다. 

 

무기의 탑 으로 번역되는 곳으로 나가면 사진찍기에 정말 멋진 곳이 있다. 

 

무기의 탑에서 보이는 탑들...공물의 탑과 큐브의 탑 이라고 지도에  적혀 있는 것 같았다.

무기의 탑에서 바라본 알람브라에서 가장 높은 벨라의 탑이다.(구글 지도 스트리트뷰 캡쳐)

이길을 따라 가면 벨라의 탑에 도착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좁다.

벨라의 탑에서 바라본 알 카사르 요새.  

 

벨라의 탑 창으로 바라본 알 카사르. 

 벨라의 탑에 있는 종(구글 스트리트 뷰 사진). 내가 갔을 때는 저 종을 줄로 당겨서 쳐볼수있었다. 딸이 우리 가족 대표로 종을 울렸다. 

카롤로스 5세 궁전 앞에는 화장실과 매점이 있다. 이곳에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매점에서 커피도 한잔 샀다. 매점 라커위에  스페인 고양이 두마리가 다정하게 앉아 있었다. 먹이를 주려는 관리인의 휘파람 소리에 동시에 뛰어나가 뒤를 따르는 모습이 몹시 귀여웠다. 알람브라의 고양이...!!

카롤로스 5세의 궁전은 원형의 투우장처럼 생겼다. 한때는 투우장이었다는 말도 얼핏 들은것 같기도 하다. 서유럽과 동유럽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양식이다. 카롤로스 5세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친가와 외가 모두로부터 왕관을 받아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스페인 국왕, 이탈리아의 왕 등 가장 많은 왕관을 쓴 왕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역사에서 족보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진다. 로마를 무너트린 게르만의 전통은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지금도 그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가문이 뭐라고  유럽은 영역의 개념을 넘어서 왕권까지도 오고 갔으니 말이다. 

 

 

카롤로스 5세의 궁전을 나와서 알람브라의 또 다른 하일라이트헤폐랄타 정원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는 이렇게 멋진 사이프러스 길을 만날수도 있다. 

이동하는 동안 이런 텃밭에서 자라는 감나무도 볼 수 있었다. 1월인데 이렇게 감이 주렁 주렁...스페인에서 정말 과일을 많이 사먹고 아침 뷔페에 나오는 과일도 많이 먹었는데..의외로 감이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감이라 다른 나라에 가서 감을 보면 반가워 하나씩 먹어보기도 하는데 스페인 감...당도는 높지 않아도 괜찮은 맛이었다. 스페인 다녀온 이후 우리나라에서 과일 사먹는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것은 왜 일까? 

이것은 수도교다. 스페인 여행중 꼭 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수도교였다. 세고비아에서 본 웅장한 수도교는 아니지만 수도교가 보일때 마다 유심히 보게되었고 특히 위에 물이 지나가는 통로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게되었다. 이런 시설을 만들기 위해 당시 기술에서 노예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1명의 편안함을 위해서100명의 노예에게 노동을 강요 했겠지만, 경이적인 생각이 든다. 

 

 

드디어 헤네랄리페 정원. 여기에 오면 기타연주로 '알람브라의 추억'이 연주되거나 스피크를 통해서 흘러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런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알람브라의 추억' 기타 연주가 이런 물 떨어지는 소리를 표현한거라고 하니 이것 자체가 연주라 할 수도 있겟다. 우리나라 흑산도 방문했을때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한 100번 들은것 같았는데....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조용히  '알람브라의 추억'을 들었다. 

벽면의 이런 문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이 들 만큰 정교하고 아름답다. 

 처음엔 이 안내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번역기로 확인해보니 벽면 같은 곳을 만지면 피해 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안내판은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표시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알람브라를 방문한 것은 내 인생 버킷리스를 찾아 가는 과정이었다. 아쉬운 것은 패키지 여행이다 보니 나의 의지대로 보지 못한 부분이다. 그리고 12월 이런 저런 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사전에 공부를 좀 더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찾아오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 아마도 퇴직을 하고 난후일 것이다. 그때는 좀 여유있게 나의 리듬과 호흡으로 이곳에서 오래 머무러며 여행하고 싶다. 

 

추신) 스페인의 호텔 - 가기전에 모두 4성급 호텔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냉장고가 없는 호텔도 있었다. 더구나 커피포터...전혀 없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컵 라면은 결국 생으로 뿌셔서 안주로 먹었다. 세계 제1위 관광 국가... 실망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라면을 먹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침 뷔페에 나오는 하몽과 빵이 만족스러워 다행이었고, 특히 귤, 오렌지, 감, 사과는 최상의 맛이었다. 그리고 휴게소는 비싸다. 호텔근처 알디나 마트가 있다면 그런곳에서 사면 휴게소보다 30~40%는 싸게 살 수 있었다.